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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졌는데 건강한 느낌 없다면 검사 필수"... 한국인 '마른 당뇨' 흔한 이유는?
당뇨병은 흔히 '비만'의 부산물로 여겨진다. 체중이 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 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비만이 당뇨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체중이 정상이거나 저체중임에도 혈당이 높은 '마른 당뇨' 환자가 적지 않다. 서양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유전적 특성 탓이다. 최근에는 불규칙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2030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비만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심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마른 당뇨의 원인과 관리법을 내과 전문의 이원표 원장(위앤장이원표내과의원)과 함께 짚어본다.
흔히 당뇨병이 비만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하는데, '마른 당뇨'는 일반적인 당뇨와 어떻게 다른가요?
대개 당뇨병 환자의 다수는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만형 당뇨는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슐린 요구량이 늘어나거나,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입니다. 이 경우 인슐린 분비량 자체는 정상이거나 오히려 많은데도 혈당이 잡히지 않습니다. 반면, '마른 당뇨'는 겉보기에 살이 찌지 않았거나 마른 체형임에도 혈당이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인슐린 분비 자체가 충분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에게 마른 당뇨가 흔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입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유전적·체질적으로 서양인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인슐린 분비량이 적은 상태에서 노화가 진행되거나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겹치면 췌장의 기능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당뇨가 발생하기 쉬운 체질이 됩니다. 이것이 비만하지 않아도 당뇨병 발병률이 높은 이유입니다.
최근 20~30대 젊은 층도 마른 당뇨 환자가 늘고 있다던데, 연령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건가요?
당뇨는 중장년층의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늘어나는 경향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른 당뇨의 경우 연령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젊은 환자도 많은 편입니다. 최근 20~30대는 물론 청소년층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다이어트,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조기에 소모시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나이보다는 생활 습관과 타고난 체질이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체형 변화가 없어서 자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조증상이 있나요?
마른 당뇨는 본인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평소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소변량이 늘고 갈증이 심해져 물을 자주 마시게 된다면 의심해 봐야 합니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지는 경우, 살이 빠지는데 몸이 가볍거나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국가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당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 관리에는 운동이 필수적이지만, 마른 당뇨 환자들은 살이 더 빠질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운동법이 효과적인가요?
체중 감소가 우려된다고 해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해롭습니다. 다만 과도한 유산소 운동은 체중을 더 줄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되, 근육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근력 운동'을 주된 운동으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허벅지와 같은 하체 위주의 큰 근육을 단련하면 혈당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공간이 늘어나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식사와 단백질 섭취를 통해 근손실을 막아야 합니다.
체중 유지와 혈당 관리를 동시에 하려면 식단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반적인 비만 당뇨처럼 무조건 적게 먹는 식사가 아니라, 영양소를 골고루 '잘 챙겨 먹는' 식사가 중요합니다. 생선, 달걀, 두부 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탄수화물은 섭취량 자체를 무리하게 줄이기보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이나 정제 탄수화물을 피하는 방향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섭취하여 체중은 유지하되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른 당뇨를 방치할 경우 어떤 합병증이 올 수 있나요? 비만성 당뇨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편인지 궁금합니다.
마른 당뇨라고 해서 합병증 위험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당뇨병이 유발하는 모든 합병증이 똑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마른 당뇨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심장병, 뇌졸중(중풍) 같은 심혈관 질환이나 신장 기능 저하, 신경병증 등의 합병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말랐으니까 당뇨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마른 체형이 당뇨병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가족력, 근육량 부족,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이 있다면 체형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당뇨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말랐는데도' 당뇨가 올 수 있냐는 의문보다는, '말랐기 때문에' 근육량 부족이나 인슐린 분비 능력을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