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하면, 아프리카 지역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한국에서도 말라리아가 널리 유행했다. 말라리아는 1910년대까지 한반도에서 창궐하다가 1920~1940년대 신의학 보급과 계몽으로 점차 발생이 줄었다. 이후 1979년 말라리아 퇴치를 선언했지만, 1993년 파주 휴전선 접경 지역에서 복무하던 군인을 시작으로 다시 환자가 발생했다. 2000년에는 환자 수가 4,14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매년 300명 내외로 집계된다. 2021년에는 총 27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민간인은 210명, 제대군인 27명, 현역군인 35명이다. 2021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이며, 다음으로 인천, 서울 순이다.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에 물려 걸리는 질병이다. 모기가 사람을 물면 혈액으로 원충이 들어와 증식하면서 적혈구를 파괴한다. 얼룩날개모기는 약 430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중국얼룩날개모기를 비롯한 6종에서 말라리아 전파 가능성이 확인됐다. 얼룩날개모기는 전체적으로 흑색을 띠며 날개에는 흑·백색의 반점 무늬가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휴식할 때 복부를 40∼50도 정도 드는 것과, 촉수가 주둥이만큼 긴 것이다. 유충은 논, 수로, 웅덩이 등 물표면에 수평으로 떠서 생활하는데, 유충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1~2주 소요된다. 번데기에서 성충이 된 모기의 수명은 약 한 달이다. 암컷 모기는 산란을 위해 소, 말, 돼지를 대상으로 흡혈 활동을 한다. 흡혈 시간은 19시부터 5시 사이로, 일몰 직후부터 일출 전까지 주로 흡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삼일열 원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말라리아인 삼일열 말라리아만 발생한다. 삼일열 말라리아 초기 증상은 수일간 권태감이 들고, 발열이 서서히 상승하는 것이다. 48시간 주기로 오한, 고열, 발한 후 해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춥고 떨리는 오한기에는 글씨를 쓰기 힘들거나 치아가 떨려 말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오한이 나타날 수 있으며, 30분~2시간 정도 증상이 지속된다. 발열기에는 39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 구토, 갈증이 수 시간 지속된다. 발한기에는 침구나 옷을 적실 정도로 심하게 땀을 흘린 후 체온이 급격하게 정상화되면서 전신 무력감이 동반된다.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받아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되며 거의 사망하지 않는다. 단, 치료를 적절히 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용법 및 용량에 맞게 치료제를 모두 복용해야 한다. 사람 간의 직접 전파는 이뤄지지 않아 환자 격리는 필요치 않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말라리아 매개모기 발생 및 말라리아 원충 감염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지난 3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휴전선 인근지역인 인천광역시, 경기도·강원도 북부지역을 꼽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지자체는 모기 유충이 서식할 수 있는 물웅덩이를 제거하고, 해당지역 주민과 방문자는 모기 활동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와 모기 접촉 최소화를 위한 예방수칙을 실천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말라리아 예방수칙- 국내에서 모기가 활동하는 4월부터 10월까지 야간(일몰 직후~일출 직전)에 낚시터, 야외캠핑 등 야외 활동 자제- 불가피한 야간 외출 시, 모기를 유인하는 어두운 색 옷이 아닌 밝은 색 긴 옷을 착용하고,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 예방 철저히 실천- 옥내 모기 침입 예방 위해 방충망 정비와 모기장 사용 권고, 실내에서는 살충제를 적절히 사용할 것- 말라리아 위험지역(다발생 지역)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후 발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 방문해 말라리아 검사받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