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독감. 올해도 어김없이 독감 유행이 시작됐다.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3월 독감 의심 환자 분율은 외래 1,000명당 11.7명으로 유행 기준인 1,000명당 4.9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은 이름 때문인지 단순히 '독한 감기'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감은 생각보다 무서운 질환으로 상황에 따라 생명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00~500만 명 이상이 독감으로 인해 중증 상태에 빠지며, 그중 적어도 25~5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매해 2,000명 이상이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다.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다.
독감, 심장마비 등 합병증 위험도 증가시켜독감 예방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심장마비 등 생각지도 못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중보건청(pho)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주일 내로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독감 확진을 받은 성인 환자 2만 명을 대상으로 독감과 심장마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독감을 진단받은 후 1년 이내에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332명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불어, 독감 진단 후 1주일 동안 입원한 환자(한 주당 20명)의 수가 독감 진단 전 1주일 동안 입원한 환자(한 주당 3.3명)의 수보다 6배 이상 많다는 사실 역시 밝혀냈다. 연구진은 "환자가 b형 독감 환자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심장마비 위험이 컸다"라고 말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의료진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체계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염증 반응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염증 반응으로 인해 동맥 안에 지방, 콜레스테롤, 칼슘 등이 뭉쳐 쌓인 플라크가 떨어져 나와 혈전이 되고, 그 혈전이 결국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막아 심장마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크리스틴 엔글런드(kristin englund) 감염학과 교수는 "우리몸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싸우는 동안 혈전이 생기는 등 심장 건강은 큰 악영향을 받는다. 특히, 기저질환 등 이미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더 커진다"라고 전했다. 엔글런드 교수는 독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 △뇌졸중 등을 추가로 지목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예방 접종은 필수독감은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예방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매년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독감 고위험군인 △어린이 △임신부 △노인 △기저질환자를 필수접종대상으로 분류하고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도 매년 접종을 권장한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서민석 교수(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언제 독감에 걸릴 지 알 수 없으며, 건강·비용 측면에서 예방 접종의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독감 예방 접종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독감 국가 필수예방접종은 오는 4월 30일까지 위탁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서민석 교수 (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