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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에 속는다... 핫팩·난로, '저온화상' 방치 시 피부 괴사 위험
한겨울 추위로 핫팩, 전기장판, 온열 난로 등 난방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40~50도의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는 '저온화상'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저온화상은 고온에 노출되는 일반 화상과 달리 뜨거움을 즉각 느끼지 못하는 사이 피부 깊숙한 곳까지 손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이 경미해 방치하기 쉽지만, 심할 경우 피하 지방층까지 손상이 확산하거나 피부 괴사로 이어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 김형수 원장(서울에이치피부과의원)은 "낮은 온도라도 오랜 시간 열에너지가 축적되면 고온 화상과 똑같은, 혹은 더 깊은 조직 손상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44°c의 함정.. 서서히 녹아내리는 피부 단백질
저온화상은 의학적으로 '시간-온도 관계(time-temperature relationship)'에 의해 발생한다. 100도의 뜨거운 물은 닿는 즉시 화상을 입히지만, 40~5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는 단백질을 파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단백질과 효소는 40도 이상의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서서히 변성되는데, 초기에는 세포가 견디지만 임계 시간이 지나면 세포막이 허물어지고 조직 괴사가 일어난다.
김형수 원장은 "44℃에서 6시간 이상 지속 노출되면 화상이 발생하고, 48℃는 약 5~10분, 50℃는 5분 이내에 표피 손상 및 화상이 진행될 수 있다. 60℃ 이상에서는 8초 이내에 심각한 단백질 파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기장판을 40도 중반으로 맞춰놓고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경우, 자는 동안 피부가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익었다'.. 열기 가두는 심부 손상
저온화상은 초기 통증이 거의 없어 '침묵의 화상'이라 불린다. 김형수 원장은 초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 다음의 네 가지 복합적인 기전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① 수용체의 차이: 우리 몸은 45도 이상의 고열 또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는 '통각수용체'가 반응해 즉각적인 회피 반사를 일으킨다. 하지만 40~50도 수준의 점진적 변화에는 통증보다는 따뜻함을 느끼는 '온각수용체'가 주로 활성화돼 뇌가 이를 위험 신호가 아닌 '안락함'으로 받아들인다.
② 신경의 순응: 지속적인 온열 자극에 감각 신경이 적응해 무뎌지면서 온도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③ 압박으로 인한 허혈: 핫팩을 깔고 눕거나 장시간 기대어 있으면 해당 부위 혈관이 눌려 혈액 공급이 차단된다. 다리가 저리다 감각이 없어지는 것처럼, 신경이 일시적으로 허혈성 마비 상태가 되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④ 열에 의한 신경 파괴: 화상이 진행되면 진피층의 신경 말단 자체가 열에 의해 변성되고 파괴돼, 역설적으로 조직 손상이 심각해질수록 통증이 느껴지지 않게 된다.
공기와 맞닿은 피부 표면은 열을 비교적 빨리 식힐 수 있어 열이완시간(trt, 조직이 흡수한 열이 절반으로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지만, 진피 하부와 피하지방층은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열을 식히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형수 원장은 "여기에 압박으로 혈류 순환에 의한 냉각 효과마저 사라지면 심부 조직에 열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heat trapping(열 가둠)' 현상이 발생해 겉보다 속이 훨씬 심하게 익어버리는 심부 화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통증 없어도 '3도 화상'.. 방치하면 피부 이식 수술까지
저온화상은 봉소염, 대상포진, 접촉성 피부염, 동상 등과 혼동하기 쉬워 병변의 모양과 환자의 행동을 고려한 감별이 필요하다. 봉소염은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주변으로 부기가 퍼지며 오한과 발열을 동반하고, 대상포진은 팥알 크기의 작은 물집들이 군집을 이뤄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파스와 함께 사용할 때 잦은 접촉성 피부염은 파스 모양대로 생긴 붉은 기와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며, 동상은 따뜻해질 때 화끈거림이 동반되는 차이가 있다.
김형수 원장은 "저온화상은 겉보기에는 경미해 보여도 실제로는 피부 전층 및 지방층이 손상된 3도 화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이는 것보다 상처가 훨씬 깊고, 치료 기간이 길며, 나중에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치료는 일차적으로 습윤 드레싱을 통해 피부 재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직 괴사가 진행돼 두꺼운 가피(죽은 피부 딱지)가 형성되면 이를 제거하는 '변연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며, 결손 부위가 너무 크고 깊어 살이 차오르지 않는다면 피부 이식술 등의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음주 시 주의.. '맨살 접촉' 피하는 것이 상책
저온화상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은 안전한 냉각과 빠른 내원이다. 화끈거림이 느껴지면 즉시 열원을 제거하고 미지근하거나 시원한 수돗물로 열기를 식혀야 한다. 이때 얼음을 직접 대는 행위는 혈액 순환을 저하시켜 2차 동상을 유발하고 괴사를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물집이 터지지 않고 붉기만 한 상태에서는 화상 연고를 발라도 흡수되지 않아 효과가 없으므로 무분별한 도포는 삼가야 한다.
김형수 원장은 "물집이 없더라도 냉각 후에 붉은 기운이 사라지지 않거나 감각이 둔해졌다면 반드시 피부과에 내원해 손상 깊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피부가 얇은 고령층, 영유아, 말초 신경 감각이 둔한 당뇨병 환자나 척수 질환자, 그리고 음주 후나 수면제 복용 후 깊은 잠에 든 경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핫팩이나 전기장판이 절대 맨살에 닿지 않도록 항상 옷이나 담요 위로 사용하고, 취침 시에는 타이머 설정이나 저온 모드를 유지해야 한다. 핫팩을 사용할 때도 위치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저온화상은 겉보기에 홍반만 있는 상태라도 진피 깊숙이 손상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아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40~50도의 낮은 온도라 할지라도 장시간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간접 접촉 원칙을 지키고, 증상 발생 시 즉시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피부 괴사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