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둘레가 남성의 경우 90cm, 여성의 경우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 때는 체지방이 전신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어 복부비만 비율이 낮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면 배부터 나온다. 이유가 뭘까. 호르몬의 변화와 누적된 생활습관의 당연한 결과다.
1. 지방세포의 노화우리 몸의 지방은 지방세포에 저장된다. 그러나 지방세포는 단순히 지방을 저장하는 저장소가 아니다. 이 지방세포는 필요할 때 저장된 중성지방을 지방산으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지방 분해 기능이 떨어진다. 실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의 연구팀은 이를 동물실험이 아닌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진은 30~35세 사이의 건강한 여성들의 지방세포를 채취한 다음 13년 후 그들의 지방세포를 다시 채취하여 지방 분해 능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지방세포의 지방 분해 능력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은 큰 변화가 없는데, 축적된 지방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는 기능은 떨어진 셈이다. 따라서 똑같은 식사를 해도 나이가 많을수록 지방이 축적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이 지방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신체 부위가 바로 복부다. 성인의 경우 탄수화물을 지속적으로 과잉 섭취하게 되면 복부 지방세포 내부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면서 세포 자체의 크기가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2. 성장호르몬 감소성장호르몬은 뇌 깊숙이 위치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데, 그 분비량은 20대 이후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 이후에는 20대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성장호르몬은 청소년기에는 뼈와 근육의 성장을 돕는다. 그러나 성장이 끝난 성인의 몸에서는 근육량 유지뿐만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고 전신 골고루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30대 이후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면 지방이 사지말단으로 골고루 뻗어나가지 못해 복부에 살이 집중적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복부 중에서도 특히 내장 주위에 축적돼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성장호르몬을 늘리기 위한 세 가지 중요한 권고사항이 있다. 적절한 공복감, 적당한 운동, 그리고 과하지 않은 스트레스 등이다.
3. 성호르몬 감소나이가 들수록 성호르몬이 감소되는 것도 뱃살의 주범이 된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에 복부 쪽에 살이 찐다. 폐경기에는 체지방 분포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 지방세포의 분포가 엉덩이나 허벅지에서 복부로 이동하기 때문에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뱃살은 늘어난다. 한편,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호르몬 분비의 감소가 다소 느리다. 테스토스테론은 분비량은 일반적으로 20대 후반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0대부터 서서히 연 1%씩 감소한다. 체내 남성호르몬이 줄면 근육을 유지시키는 작용이 둔화되어 전체 근육량이 줄어드는 반면, 체지방량은 늘어난다. 축적된 체지방은 다시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이는 또 복부비만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스쿼트, 런지 등 대근육을 자극하는 근력운동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