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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 당뇨병 시대, 가장 큰 보건학적 난제"... 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 ① [당뇨 체크아웃]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가 533만 명을 넘어섰다. 19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550만 명에 육박해, 국민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 약 135만 명, 즉 4명 중 1명꼴로 본인이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에서도 목표 혈당을 달성한 환자의 비율은 32.4%에 그친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김성래 교수(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는 "이런 상황이 사회적으로는 의료비 지출 급증과 노동 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당뇨병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보건학적 난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50만 당뇨병 시대, '국민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 뒤에서 국민과 의료진, 그리고 국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김 교수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본다.
당뇨병, '증상'아닌 '수치'로 판단해야... '숨은 당뇨병', 증상 없어 더 위험
당뇨병 환자 중 본인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른바 '숨은 당뇨병' 환자가 약 135만 명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선진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제도 속에서도 이처럼 많은 환자가 적절한 진단을 놓치는 이유는, 당뇨병이 가진 '침묵'의 특성 때문이다. 검진 제도에도 허점은 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은 공복 혈당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식후 혈당이나 당화혈색소 이상은 놓칠 수 있다.
김성래 교수는 "혈당이 높음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몸의 감각신경이 무뎌지고 있다는 합병증의 전조일 수도 있다"며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질 때는 이미 치료가 아닌 현상 유지조차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당뇨병은 '증상'이 아닌 '수치'로 판단해야 하는 질환이다.
당뇨병 진단이 늦어질수록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자각 증상이 없는 사이에도 높아진 혈당은 혈관 내피세포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김 교수는 "진단이 1년 늦어질수록 망막병증, 신증, 신경병증 등 3대 미세혈관 합병증은 물론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 발병률도 함께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치료받아도 안 잡히는 혈당... "약물∙식사∙운동 세 톱니 맞물려야"
숨은 당뇨병 환자가 많다고는 해도, 국내 당뇨병 치료율(전체 환자 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70.9%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 수치가 무색하게도 치료 목표인 당화혈색소 수치 6.5% 미만을 달성한 환자는 32.4%에 그친다. 즉, 치료를 받으면서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김성래 교수는 "이마저도 20%대를 유지하다가 최근에서야 높아진 수치"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약만 먹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김성래 교수는 "당뇨병 치료는 약물 요법과 식사 요법, 운동 요법이라는 세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착각하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혈당 수치가 높음에도 관성적으로 기존 처방을 유지하는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 격차를 좁히려면 의사의 환자 교육을 강화해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조기에 약제를 적극적으로 조합하는 강력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급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는 식단과 운동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환자 스스로 동기를 갖고 관리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만성질환, 합병증 촉진하는 '공범' 관계...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종합 관리 필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혼자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뇨병 환자의 70% 이상은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앓고 있다. 이 질환들은 단독으로 평가해도 심뇌혈관 질환 발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다. 그런데 김성래 교수는 "체감상 진료실을 찾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 모든 수치를 목표치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합 관리 달성'이라고 부른다. 애석하게도 이를 달성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15.9%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혈당만 잘 관리하고 혈압이나 지질 수치를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세 가지 지표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합병증 발생을 촉진하는 '공범' 관계다. 이 수치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다인자적 접근(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만성질환 통합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장벽도 있다.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늘수록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도 많아진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다약제 복용'에 대한 거부감과, 꾸준한 생활 습관 유지에 따른 부담감 역시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통합 관리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개인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목표를 함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건강 결정하는 당뇨병 조기 관리... 숙제가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들은 한번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에 복약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의학 연구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근거를 제시한다.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된 '대사 기억(metabolic memory)' 또는 '유산 효과(legacy effect)' 개념이 그것이다. 발병 초기 5~10년 동안 혈당을 엄격히 관리하면, 이후 관리가 다소 느슨해지더라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게 유지된다는 내용이다. 김성래 교수는 이를 수능 기초 과목 공부에 비유했다. 조기에 기초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탄탄히 유지하면, 몇 년 공부에 소홀하더라도, 수능 성적이 대단히 낮아지지는 않는다. 반면, 조기에 면밀히 관리해두지 않으면 같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당뇨병 조기 관리는 단순히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향후 20~30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고 말했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오랜 기간 그 혜택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어 김 교수는 환자의 '마인드셋' 변화도 당부했다. "당뇨병 관리를 숙제가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정기적인 당화혈색소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의료진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남은 인생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실제 당뇨병 환자의 약 28.1%가 1년에 단 한 번도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현실은, 이러한 인식 변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당뇨병, 정복할 대상 아닌 동반자"... 환자∙의료진∙국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
당뇨병 관리에 환자와 의료진의 노력이 기반 돼야겠지만, 김성래 교수는 구조적 한계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이 있음에도 135만 명의 당뇨병 미인지 환자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현행 국가건강검진은 공복 혈당만 측정하기 때문에, 식후 혈당만 높은 초기 당뇨병 환자나 당화혈색소 이상 환자를 걸러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당뇨병 고위험군인 전단계 환자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당뇨병으로 이행되지 않도록 하는 국가적 예방 프로그램 역시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숨은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망을 강화하는 한편,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활동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진료 현장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당뇨병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는 동반자다. 정확히 알고 관리한다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550만 명을 넘어선 지금,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됐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심층 기획 시리즈 〈당뇨 체크아웃〉을 마련했다.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효과적인 관리 전략까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고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담았다. 이 시리즈가 당뇨병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일상을 지키는 길잡이가 되어, 언젠가 당당히 '체크아웃'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