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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넘긴?'파킨슨병'?징후?4가지...진행?늦추는?데?도움?되는?운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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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누군가 잠결에 소리를 지르거나 헛손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오늘 하루 많이 피곤했나 보다' 혹은 '꿈자리가 사나운가 보다' 하고 넘기기 마련이다. 심한 잠꼬대나 험한 뒤척임은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수면 습관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거칠고 과격한 잠버릇이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 탓이 아니라, 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질병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파킨슨병' 하면 손이 떨리거나 걸음이 느려지는 증상을 먼저 떠올리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뚜렷한 이상이 생기기 수년 전부터 수면장애, 후각 저하, 변비 같은 일상적인 증상들이 병의 시작을 조용히 예고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에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신경과 백종삼 교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의 자문을 바탕으로 파킨슨병의 원인부터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전조증상, 필수 생활 관리법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느려지고 굳어가는 몸, 뇌 신경 물질 '도파민' 부족이 원인
파킨슨병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뇌 속 도파민의 실종'이다. 백종삼 교수는 "도파민은 뇌의 기저핵에서 자동차로 말하면 가속 페달 역할을 하는 물질"이라며 "따라서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뇌에서 근육으로 가는 명령 체계에 오류가 발생하여 신체의 움직임이 느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몸의 가속 페달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서서히 줄어들면, 환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신체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경직' 증상을 겪게 된다. 또한 가만히 있을 때도 의도치 않게 손발에 떨림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파킨슨 증세가 나타난다. 얼굴의 근육 역시 굳어져 무표정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파킨슨병은 뼈나 근육 자체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뇌의 지휘 체계가 무너지면서 내 몸에 대한 통제권을 점차 잃어가는 질환인 것이다.

손 떨림보다 먼저 나타나는 '의외의 증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킨슨병의 첫 번째 신호로 '손 떨림'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띄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길게는 십수 년 전부터 조용히 경고등이 켜지는 '침묵의 시그널'이 존재한다. 백종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증세가 나타나기 전부터 '운동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며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옆 사람을 때리기도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 평소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맛을 잘 못 느끼는 '후각 소실', 일찍부터 장운동이 저하되어 심한 변비가 지속되는 '만성 변비'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정상적으로 렘수면은 누구나 자면서 경험하게 되는데, 보통 렘수면 때는 꿈을 꾸더라도 신체 기능이 잠겨 있어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뇌 신경에 문제가 생겨 이 제어 기능이 고장 나면 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어떤 환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옆 사람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려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질병 유무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실제로 꿈을 꾸는 것과 동시에 신체적인 행동이 밖으로 나타나는지다. 이러한 전조증상들이 일찍부터 있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은 아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파킨슨병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뇌 기능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뇌 속에 쌓이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찌꺼기에 있다. 본래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은 정상적으로 뇌에서 신경전달을 돕는 유익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나 다른 요인으로 이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꼬이거나 뭉치면 '루이소체'라는 물질을 만들고, 이것이 나중에 맹독성 물질로 변하게 된다. 이 독성 물질이 뇌에 서서히 쌓이다 보면 궁극적으로 건강한 뇌세포를 질식시켜 죽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 무서운 루이소체가 뇌가 아닌 장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 이론이 화제이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종삼 교수는 "알파시누클레인의 변형으로 만들어진 루이소체가 제일 먼저 장이나 후각을 담당하는 구조물에서부터 쌓이기 시작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장에서부터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서 파킨슨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후각 이상이나 만성 변비가 먼저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이 가설로 명확히 설명된다.

약 복용 미루면 오히려 '독'... 일상에 지장 생기면 즉시 치료해야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가 약물의 '내성'이나 '부작용'을 지레 걱정해 치료 시작을 미루려 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것이 질환을 키우는 매우 치명적인 오해라고 지적한다. 백종삼 교수는 "파킨슨병 약제는 일반적인 진통제나 항생제와는 다르다. 즉, 빨리 오래 사용한다고 해서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용량을 사용해도 약효가 짧아질 수 있는데, 이는 약을 오래 써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파킨슨병이 진행하면서 약물이 반응할 수 있는 '정상 뇌세포' 자체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내성을 걱정해 약을 천천히 먹겠다고 미룬다면, 초기에 파킨슨 증세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다쳐서 일상생활 복귀가 영영 늦어지는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일상생활이 약간 어렵거나 사회생활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생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약물을 복용해 신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단,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요인과 독이 되는 생활습관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제일 먼저 고기나 우유 같은 고단백질 식품은 약물 흡수를 방해하므로, 약은 가급적 식후 30분이 지난 후나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스트레스는 체내 호르몬을 발생시켜 남아있는 도파민을 더욱 고갈시킬 수 있어 병의 악화 요인이 된다.

'유산소 운동' 필수... 항체 치료제, 초음파 뇌 수술 등 최신 치료 기법 '주목'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약물 외에도 다름 아닌 '운동'이다.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의 역할은 갈수록 크게 대두되고 있다. 백종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중강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댄스, 탁구, 태극권 등 리듬감과 큰 동작이 필요한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주 3~5회 정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뇌세포를 깨우는 지름길이다.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누워 지내면 근력 약화가 가속되어 병의 진행을 급격히 앞당기게 된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다는 말에 절망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지만, 현재 의학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인 'glp-1 작용제'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직접 알파시누클레인을 표적으로 삼아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 역시 활발히 개발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약물 조절이 힘든 환자들에게 이미 시행되고 있는 뇌심부자극술과 함께, 두개골을 열지 않고 초음파를 이용하는 뇌 수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존 약제를 이용하여 피하 주사제로 24시간 동안 필요할 때 주입할 수 있는 새로운 펌프 치료제 역시 몇몇 나라에서 이미 사용되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파킨슨병은 결코 혼자 짊어지고 가다 포기할 병이 아니다. 전문의와 상의하며 적극적인 치료와 꾸준한 운동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질 높고 편안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