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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고 안심? '초가공식품' 섭취 10%만 늘어도… '당뇨 전단계' 위험 64%↑
라면, 탄산음료, 가공 스낵 등 편의성과 기호성이 높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의 국내 소비가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전체 섭취 열량 중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17%에서 2020년대 들어 25%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초기 성인기(early adulthood)'의 초가공식품 섭취가 대사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 비만 소인이 있는 경우,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로의 진입 위험과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내분비내과 정인하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와 함께 초가공식품이 1020세대의 혈당 조절 기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본격적인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es)으로 진행되기 전 실천해야 할 예방 및 관리 방안을 모색해 본다.
초가공식품 섭취 10% 늘면, '당뇨 전단계' 위험 64% 급증
초가공식품이 1020세대 대사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과거 과체중·비만 병력이 있는 17–22세 초기 성인을 약 4년간 추적한 결과, 하루 총 섭취 열량 중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퍼센트포인트(예: 40%→50%)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전단계 발생 위험은 약 64%, 혈당 조절 장애 위험은 약 56%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했다.
특히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소폭만 늘어도 인슐린 저항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 조절을 위해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빠른 흡수와 염증 반응이 '인슐린 저항성' 유발
일반적으로 1020세대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열량 소모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잦은 초가공식품 섭취는 이러한 생리적 이점을 무색하게 만들고 대사 시스템을 교란할 위험이 있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단순히 당 함량이 높기 때문만이 아니라, 식품의 구조적 특성 자체가 혈당 조절 시스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정인하 교수는 "초가공식품은 식감이 부드럽고 세포 조직이 파괴된 '비세포성(acellular)' 영양소 구조를 띤다"며 "이로 인해 동일한 양을 섭취해도 포도당과 지방의 체내 흡수 속도가 매우 빨라지며,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glp-1과 pyy의 분비를 지연시켜 과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섭취 패턴이 반복될 때 뒤따르는 연쇄적인 대사 반응이다. 급격히 흡수된 영양소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고, 미처 처리되지 못한 잉여 열량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간에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 간 내 지방 침착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며, 이는 내장지방 증가에 따른 염증 물질 분비와 맞물려 인슐린 신호 전달 체계를 방해하고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식품에 포함된 감미료와 유화제 등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장 누수(leaky gut)를 초래해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는 점 또한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1020세대의 경우 야식이나 수면 부족과 같은 생활 패턴이 겹치며 위험이 가중된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늦은 취침과 수면 부족, 야식 섭취에 가장 취약한 시기"라며 "비록 현재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라 해도, 나쁜 습관이 지속되면 췌장은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는 '보상성 고인슐린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장기적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소진을 앞당길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식후 쏟아지는 졸음과 피부 변화… 몸이 보내는 '당뇨 전단계' 신호
당뇨 전단계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쉬우나, 우리 몸은 미세한 변화를 통해 대사 이상의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징후를 단순 피로로 치부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당뇨 예방의 관건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식후 나타나는 급격한 컨디션 저하다. 정인하 교수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한 뒤 1~2시간 이내에 참을 수 없는 졸음, 두통, 집중력 저하가 반복된다면 식후 혈당 변동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급격히 상승한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혈당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반응성 저혈당'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부 변화 또한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단서다. 목 뒤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가 검고 두껍게 변했다면 '흑색가시세포증(acanthosis nigricans)'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이는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징후"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복부 비만이나 초음파상 지방간 소견이 있는 경우, 혹은 생리 불순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이 동반된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 중일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공복혈당, 당화혈색소(hba1c), 경구 포도당 부하검사(ogtt) 등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채소·단백질 먼저 섭취하는 '거꾸로 식사법'… 수면 습관도 개선해야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 등 초가공식품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섭취 방식의 변화와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혈당 스파이크를 완충하고 대사 건강을 지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인하 교수는 "영양 성분표 확인을 생활화하여 당류(added sugar)가 총열량의 10% 미만인 제품을 선택하고, 끼니당 단백질 20g 이상, 식이섬유 4~5g 이상이 포함되도록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채소(섬유질)를 가장 먼저 섭취하고, 이후 단백질,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정 교수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탄수화물 단일 메뉴보다는 단백질과 채소가 포함된 구성을 선택하고, 액상과당이 든 음료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시는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며 "특히 6시간 미만의 수면은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리므로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식후에는 10분 이상 걷는 등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