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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뇌혈관 위협하는 이상지질혈증,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중요" [인터뷰]
한국인의 3대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이 중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은 당뇨병과 고혈압에 비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질환이다. 실제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2024 이상지질혈증 팩트 시트'에 따르면 질환에 대한 인식률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이렇게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해도, 그 위험성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순환기내과 원호연 교수(중앙대학교병원)는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장기적으로는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며 "적절한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이 동반된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는 만큼, 평상시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이란 어떤 질환인지, 그 위험성과 관리 방법에 대해 원호연 교수와 상세히 짚어 본다.
고지혈증의 정확한 이름, '이상지질혈증'…지질 수치 높아지는 이유는?
'이상지질혈증'은 혈액의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면서 지질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고지혈증'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많이 불렸지만, 사실은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이름이 더욱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지혈증은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hdl 콜레스테롤 농도가 낮을 때도 혈관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호연 교수는 "어떤 식으로든 혈중 지질 수치에 이상이 있다면 혈액 내에 기름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고지혈증보다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이상지질혈증의 진단 기준이 되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잘못된 생활습관 탓에 조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ldl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양보다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합성되는 양이 더욱 많아서다.
원 교수는 "음식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ldl 콜레스테롤은 하루 300~500mg 정도인데, 몸속에서 1,000~1,200mg 정도가 만들어진다"라며 "콜레스테롤을 합성하거나 제거하는 기전에서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는 경우, 식이 조절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하더라도 체내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낮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은 실제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성지방은 △체중 증가 △음주 △탄수화물∙가공육 과다 섭취 등으로 인해 수치가 많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면 평상시 식습관을 점검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원 교수의 조언이다.
또 다른 만성질환과 심혈관질환 불러와 삶의 질 저하시켜
이상지질혈증의 문제는 한 가지 질환에서 그치지 않고,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다른 만성질환을 부른다는 것이다. 특히 △비만 △흡연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한꺼번에 여러 만성질환을 앓을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26% 수준인데 반해,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서는 무려 87%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이상지질혈증이 지속되면 혈관 벽에 기름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데, 이 탓에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말초혈관 폐쇄질환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원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우리 몸 전체의 혈관이 분포하는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교정하고 약물치료 병행해 관리해야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단순당이나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 가공육 등의 섭취는 줄이고, 대신 △통곡물 △채소 △생선 △과일 등을 적정 열량에 맞게 섭취하는 등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할 것이 권장된다. 또한 술과 담배를 끊고,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생활습관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만약 생활습관을 관리했음에도 목표치까지 콜레스테롤이 좋아지지 않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바로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원호연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타틴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에제티미브라는 약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초고위험 환자의 경우 pcsk9 억제제라는 주사 약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중성지방 조절이 필요한 경우 스타틴 외에 오메가-3나 피브레이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약물치료를 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는 경우도 있다. 원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합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면 다시 수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혈중 지질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빈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서 계속 약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설명했다.
도움말 = 원호연 교수(중앙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